지방 중고등학교 폐쇄 공간 조사/전북의 오래된 사립학교, 교내 헌책 창고의 이야기

전북의 오래된 사립학교, 교내 헌책 창고의 이야기

sspark1010 2026. 2. 14. 08:01

전북의 오래된 사립학교, 교내 헌책 창고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 쌓여온 기억과 손때 묻은 지식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에 대한 기록이다. 이 창고는 더 이상 수업에서 쓰이지 않는 교재와 참고서, 그리고 이름 모를 학생들의 필기와 낙서가 가득 담긴 노트들로 채워져 있다. 단순한 보관 공간을 넘어, 이 교내 헌책 창고는 교육과 기억이 맞닿는 특별한 장소였다.

 

전북의 오래된 사립학교, 교내 헌책 창고의 이야기
전북의 오래된 사립학교, 교내 헌책 창고의 이야기

전북의 오래된 사립학교가 품고 있는 시간의 결

전라북도의 내륙 깊은 지역에는 1950년대 말 설립된 한 사립 고등학교가 있다. 지역 유지의 기부로 세워진 이 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지역 교육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으며,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은 노후화되고, 학급 수도 줄어들며 일부 공간은 자연스럽게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곳이 바로 교내 헌책 창고였다. 이 창고는 원래 학년별 교과서나 교보재를 임시 보관하던 장소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졸업생들이 남기고 간 책들이 쌓이고, 후배들이 참고서와 문제집을 물려주면서 자연스럽게 ‘헌책 보관소’의 형태로 굳어졌다. 그러나 이 창고는 단순한 보관의 공간을 넘어서, 학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물리적 기록 공간이 되었다.

 

교내 헌책 창고 내부의 풍경

문을 열고 들어선 교내 헌책 창고는 마치 시간이 멈춘 작은 도서관처럼 느껴졌다. 선반에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교과서들이 연도별로 무작위로 꽂혀 있었고, 바닥에는 묶음으로 된 문제집 뭉치와 손때가 잔뜩 묻은 수능 대비 교재들이 쌓여 있었다. 한켠에는 ‘기출문제’라고 적힌 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정리되지 않은 시험지와 해설지가 뒤섞여 있었다. 또 다른 구역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영어 단어장이 여러 권 겹쳐 있었고, 그 위에는 펜 자국으로 가득한 노트가 덮여 있었다. 공기 중에는 오래된 종이 특유의 냄새가 가득했고, 창고 안의 낡은 형광등은 깜빡이며 아슬아슬하게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이곳은 단지 헌책이 쌓인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의 치열했던 학창 시절의 흔적들이 포개져 있는 삶의 축적물이었다.

 

책에 남겨진 손글씨와 필기의 기억

헌책 하나하나에는 단순히 인쇄된 정보만이 아니라, 그 책을 사용한 이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빨간 펜으로 강조한 문장, 연필로 적은 오답 노트, 심지어 어떤 페이지에는 ‘지금은 이해 안 되지만 나중엔 꼭 다시 보자’는 메모도 발견되었다. 영어 단어 옆에 적힌 뜻과 줄임말, 수학 공식을 옆 페이지에 다시 정리한 노트들은 학생들의 노력과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교내 헌책 창고는 단순히 물리적인 책의 집합이 아니라, 기억이 새겨진 매개체였다. 한 권의 참고서 안에서 여러 명의 학생이 자신의 흔적을 남겼고, 그것이 또 다른 세대에게 전해졌다. 그 과정 자체가 이 창고를 하나의 공동체적 아카이브로 만들어준 것이다.

 

헌책의 순환, 그리고 사라지는 문화

과거에는 졸업을 앞둔 선배들이 헌책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문화가 자연스러웠다. 특히 사립학교처럼 공동체적 색채가 강한 곳에서는 이런 행위가 의례처럼 여겨졌다. 헌책에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 외에도, “이 책으로 나도 이겨냈다”는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교재의 확산과 새로운 문제집 위주의 학습 문화가 자리 잡으며 헌책 순환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제 교내 헌책 창고는 더 이상 책이 채워지는 곳이 아닌, 점차 잊혀지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학교 측에서도 공간 부족 문제로 창고를 정리하거나 폐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이다. 이 공간이 잊히기 전에, 우리는 그 안에 남겨진 시간의 층위를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내 헌책 창고의 보존 가치와 활용 가능성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교내 헌책 창고는 낡고 비좁지만, 그 안에 담긴 자료와 기록은 충분히 보존 가치가 있다. 과거 교재와 필기, 시험지, 노트 등은 당시 교육 과정과 학습 방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이며, 교육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귀중한 1차 사료가 될 수 있다. 또한 학교 측에서 이 공간을 활용해 ‘학습 역사관’ 또는 ‘졸업생 기억의 방’으로 리모델링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참여해 과거 학습 자료를 전시하거나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는 단절된 세대 간의 교류를 회복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헌책 창고는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재해석될 수 있는 살아 있는 기록 공간이기도 하다.

 

결론 – 사라져 가는 공간에서 되살아나는 이야기

전북의 오래된 사립학교, 교내 헌책 창고의 이야기는 단지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 기억, 공동체, 그리고 시간의 축적에 대한 이야기다. 이 창고 안에 남겨진 흔적들은 단순한 낡은 종이뭉치가 아니라, 각자의 시절을 견뎌낸 이들의 삶의 기록이다. 지금은 외면받고 있는 공간일지라도, 그 안에 남겨진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공간들을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폐기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기억을 어떻게 보존하고 전승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교육은 책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책 너머의 시간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일에서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바로 이 교내 헌책 창고가 있을 수 있다.

 

FAQ

Q1. 교내 헌책 창고는 아직도 운영 중인가요?
A1. 학교마다 다르지만, 일부 전북 지역의 오래된 사립학교에서는 아직도 헌책 창고를 운영 중이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2. 헌책 창고에 보관된 자료는 어떻게 활용되나요?
A2. 교재를 재활용하거나, 일부는 학교 기록물로 보존되며, 최근에는 디지털화하여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Q3. 헌책 창고가 폐기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공간 부족, 노후화된 자료의 파손 위험, 이용률 저하 등이 주요 이유입니다. 그러나 문화적·역사적 가치 측면에서 보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Q4. 이 공간을 문화 자산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나요?
A4. 네. 일부 학교에서는 헌책 창고를 리모델링하여 ‘작은 학습 박물관’, ‘기억의 도서관’으로 조성한 사례가 있으며, 졸업생과 학생 간의 교류 공간으로도 운영되고 있습니다.